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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드시 존재하는 곳  |  이혜승 작가 초대전

8/24/2021

 
그림


​새롭게 탄생하는 것인지 원래 있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여러 다른 상황과 감정을 겪을 때에 보게 되는 형상들이 있다.
​
원래의 시야를 뒤덮어버릴만큼 강하지는 않지만
무언가가 어렴풋하게 느껴져서 그걸 최대한 보이는 그대로 표현하려 한다.
​
그렇게 표현한 모습들은 마치 풍경 같다.
내 세계를 이루는 곳곳의 다양한 자연물 같은 느낌.
또 어떤 경치들이 이 세상 안에 있을지 기대가 된다.
​
나는 원래 그 세상 사람이었을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원래 그 곳 사람인데 지금의 나에게는 다른 걸 보기가 어렵도록 강렬하고 선명하게 무조건적으로 시야를 압도하는 세상이 있어서, 그래서 그 곳을 잘 볼 수가 없어서, 그 곳이 실제가 아닌 것처럼 느끼는 것일 수도 있을 듯 하다.
​
시야가 선명하지 않았을 아기 때는 꿈이나 상상들도 나에게 ‘진짜’였을 것이고 지금도 잘 때 꾸는 꿈 속에서는 그 세계를 의심하지 않는다.
그러나 깨어나고 나면 꿈 속에서 일어났던 많은 일들이 나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누구를 만나 어떤 대화를 했는지, 얼마나 강렬한 감정을 느꼈는지, 얼마나 길었고 깊었는지 등은 너무나 쉽게 완전히 잃어버리게 되고 마치 그것들은 원래 없었고 없어도 되는 일 같이 여기게 된다.
지금의 ‘현실’인 이 세상에서도 인연이 다해 갑자기 다른 곳으로 깨어난다면 ‘아 꿈 꿨네’ 하며 혹은 꿨는지도, 무언가가 있었는지도 모르며 살아갈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이렇듯 모든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믿는 현실에서도 깨어나버릴 수 있고, 모든 걸 결정할 만큼 중요했던 무언가가 한 순간에 내 안에서 사라지게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
그러니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비현실인지, 무엇이 더 진짜인 세상인지, 무엇이 존재하고 무엇은 존재하지 않는지를 알거나 정할 수는 없다.
그저 내 눈에 더 강하게 보이는 것들만을 정말로 존재하는 것이라고, 실제라고 느끼는 것 같다. 그런데 지금 강하게 보이는 것들도 영원히 그렇지는 못하다. 반드시 흐려질 것이고 언젠가는 한 번도 없었던 것처럼 감쪽같아질 것이다.
그러므로 결국 내가 어느 세상의 사람인지, 무엇이 ‘원래’인지도 당연히 알 수 없는 것인 듯 하다. 영원하지 않은, 시간이 다른 선명함과 흐릿함만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그것으로 그 어떤 절대적인 판단도 확신도 할 수 없다.
하지만 내가 자신을 가지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이 모든 것들이 ‘전혀 존재한 적 없는 것’들은 아니라는 것이다.
​
나를 압도할 수 없는, 강하지 않은
희미한 보임들, 느껴짐들도
절대로 ‘존재하지 않는 것’, ‘비현실인 것’이 아니고,
다 분명하게 존재하는 것들이다.
가만히 있어도 잘 보이는 것들은 아니지만
그래서 무시하게 되기가 쉽지만
내가 집중하면 반드시 볼 수 있는 것들이다.
​
나의 세계도 마찬가지다.
​
반드시 존재한 적이 있기 때문에
흘려보내지 않고 바라보면,
나는 그 곳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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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ducation
2017 Kingston University(영국 소재) Illustration&Animation 학사 졸업
2014 University of the Arts London Arts Foundation 파운데이션 과정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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